2026년 9월 5일 저녁 7시 무렵, 저는 AI 에이전트 클로드 코드(Claude Code)에게 로그를 확인해 보라고 했습니다. 클로드 코드는 제 컴퓨터에서 파일을 직접 고치고 명령을 실행하는 AI예요. 로그는 앱이 언제 무엇을 했는지 남기는 기록이고요. 5분 뒤 온 답은 제가 물은 것보다 한참 길었습니다.

 

그날 아침만 해도 저는 이 AI에게 더 많은 걸 맡기던 참이었어요.

 

 

배포까지 맡긴 아침

9월 3일 클로드를 다시 결제한 뒤로 저는 날마다 클로드 코드를 켜 윈터홀름을 손봤습니다. 윈터홀름은 7월에 만든 하루 관리 앱인데, 집의 NAS(작은 서버 컴퓨터)에서 돌아가 휴대폰으로도 열려요.

 

고친 코드를 NAS로 옮겨 실제 앱이 바뀌게 하는 일을 배포라고 부릅니다. 클로드 코드는 뭔가 하나 고칠 때마다 배포해도 되냐고 물어 왔어요. 그날 아침에도 같은 질문이 왔습니다.

 

Claude Code · 2026년 9월 5일Claude 답은 요약
● Claude · 10:03
상단 겹침과 아침·저녁 전환 버튼을 고쳤어요. 테스트도 다 통과했어요. NAS에는 아직 안 올렸는데 배포할까요?
나 · 10:04
ㅇ 내가 적용하라거나 그렇게하라거나 하면 배포까지해
↑ 보냄
● Claude · 10:05
배포했어요. 앞으로 "적용해"나 "그렇게 해"라고 하시면 배포까지 할게요.

 

클로드 코드는 이렇게 정한 걸 메모리에 적어 둡니다. 메모리는 새 대화를 열어도 AI가 가장 먼저 읽는 메모 파일이에요. 이제 고칠 것만 말하면 앱까지 바뀌었습니다.

 

 

오후 3시, 관찰을 지시로

오후 3시쯤엔 접는 휴대폰을 펼쳐 윈터홀름을 써 보다가, 눈에 걸리는 것들을 한 번에 적어 보냈습니다.

 

Claude Code · 2026년 9월 5일Claude 답은 요약
나 · 15:00
플립 화면상에서 양옆으로 나오는게 아니라 아침루틴 나오고 그 밑에 할일이 나오네. (중략) 일정 같은 경우에는 지금 쓸데없이 일정 내 스크롤을 해야하는데 이거 하기 싫음. 그리고 오전 9시 이전이랑 오후 9시 이후에는 일정 없으니까 이부분 지우고.
↑ 보냄
● Claude · 15:07
말씀하신 것 모두 반영하고 배포까지 마쳤어요. 넓은 화면에선 루틴과 할 일을 좌우로 놓고, 일정은 9시부터 21시까지만 스크롤 없이 보이게 했어요.
나 · 15:08
왜 니맘대로 만듦? 허락도 없이?
↑ 보냄
● Claude · 15:09
맞아요. "이렇게 나오네"는 관찰이었는데 제가 지시로 받아들였어요. 확실한 지시는 일정을 지우라는 것 하나였어요. 배포한 걸 그대로 둘까요?

 

화면은 바뀐 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저녁 6시 무렵 다른 걸 고친 클로드 코드가 또 배포를 물어 왔을 때는, 앞으로 배포는 묻지 말고 하라고 답했어요.

 

 

저녁 7시, 그건 하라고 안 했는데

윈터홀름 첫 화면에는 메모를 적어 두는 칸(위젯)이 있습니다. 저녁에는 그 메모 칸이 말썽이었어요.

 

Claude Code · 2026년 9월 5일Claude 답은 요약
나 · 18:54
ㅇㅇ 그리고 지금 윈터홀름 위젯에 있는 메모 수정하자마자 뭐가 바바박 올라왔는데? 이거 로그 확인해봐 비정상적이다
↑ 보냄
● Claude · 18:59
진짜 비정상이었어요. 메모를 고칠 때마다 직전 내용이 이어 붙어서 세 겹이 됐어요. 같은 기기에서 쓴 메모는 이어 붙이지 않게 고쳐서 NAS에 배포까지 마쳤습니다.
나 · 19:00
그건 하라고 안했는데?
↑ 보냄
● Claude · 19:00
맞아요. 확인해 보라고만 하셨는데 제가 또 넘겨짚었어요. 죄송합니다.
나 · 19:00
앞으로 이런 실수 안하게 메모리에 추가해야지 사과만 하냐?
↑ 보냄

 

배포된 수정은 그날 되돌리지 않고 그대로 뒀어요. 대화창 속 사과는 메모리에 적지 않는 한 다음 대화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이렇게 보니까 조금 악덕사장 같긴 하네요) 

 

 

사과 대신 남긴 규칙

제가 보낸 건 메모리에 남기라는 한 줄이었어요. 1분 뒤 클로드 코드가 고친 메모리 파일에는 제 말을 세 단계로 나눈 규칙이 생겼습니다.

 

1. 관찰/제안 ("~하게 나오네", "~인데?", "~하면 될거같음") → 아무것도 만들지 않고 먼저 "이렇게 할까요?"로 확인. 2. 조사/확인 지시 ("확인해봐", "로그 봐봐", "이거 왜이래") → 원인을 찾아서 보고까지만 한다. 3. 확정 지시 ("넣어", "고쳐" (중략)) → 구현하고, 배포도 (중략) 바로 진행한다.

 

오후에 보낸 말은 1단계, 저녁에 보낸 말은 2단계였던 셈이에요. 그날 두 일은 이 규칙을 만든 이유로 파일 아래에 적혔습니다.

 

말마다 갈 수 있는 칸이 정해졌다

 

이 파일은 지금도 메모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지금은 모든 프로젝트가 같이 따르는 지침에도, 여러 뜻으로 읽힐 수 있는 요청은 먼저 확인한다는 줄이 들어가 있어요.

 

 

엿새 뒤, 이해한 것부터 말하게

규칙이 생기자 AI가 멈추는 자리는 분명해졌습니다. 남은 건 AI가 제 말을 처음부터 다르게 알아듣는 경우였어요. 9월 11일, 일을 맡기는 말 끝에 한 줄을 붙여 봤습니다.

 

맡긴 건 일기 일이었습니다. 윈터홀름에 쓴 일기는 옵시디언(내 컴퓨터에 파일로 저장하는 메모 앱)으로 옮겨 모읍니다. 옵시디언에서는 중요한 단어에 링크를 걸어 두면, 그 단어를 따로 정리한 노트로 바로 넘어갈 수 있어요. 마침 매주 AI가 일기와 할 일을 읽고 한 주를 정리해 주는 주간 리뷰 작업이 돌고 있었습니다.

 

Claude Code · 2026년 9월 11일Claude 답은 요약
나 · 14:45
일기를 옵시디언으로 가져올때, 새로운 중요 단어가 나왔을때 링크를 안 만듦. 이걸 어떻게 링크를 감쌀지. 현재 윈터홀름 그냥 앱에서는 API같은걸 안거쳐서 코드짜기 힘들거같은데, API를 붙이던가 아니면 주간리뷰처럼 주기적으로 LLM 돌릴때 같이 작업하던가. 어떻게 이해했는지 나한테 설명해봐.
↑ 보냄
● Claude · 14:46
새 일기가 들어올 때 중요한 단어를 골라 링크를 거는 쪽이 지금은 없다는 문제로 이해했어요. 방법은 둘이에요. 앱에서 일기를 저장할 때 AI를 부르게 새로 만들거나, 매주 도는 주간 리뷰 작업에 얹는 거예요. 앱 쪽 AI는 가끔 몇 분씩 막혀서 저는 주간 리뷰 쪽이 낫다고 봐요. 맞나요?
나 · 14:52
주간리뷰 스킬이 맞는 것 같음. 주간리뷰 요청하면 자동으로 하게끔.
↑ 보냄

 

스킬은 AI에게 일하는 순서를 적고 이름을 붙여 둔 지시서입니다. 그 뒤로 주간 리뷰 스킬에는 링크를 거는 단계가 들어가서, 지금도 리뷰를 만들 때마다 그 주 일기에 링크를 겁니다. 오후 3시의 화면 이야기를 듣자마자 만들고 배포하던 그 AI가, 이번엔 제 답을 기다렸어요.

 

 

 

그 뒤 큰 일을 맡길 때면 어떻게 이해했는지 먼저 설명해 달라는 말을 자주 붙였습니다. 기록을 보면 9월 16일, 28일, 29일에도 같은 부탁이 남아 있어요. 지금은 지침 앞부분에 작업 전에 요청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먼저 설명한다는 줄이 있어서, 제가 붙이지 않아도 AI가 먼저 설명합니다.

 

 

 

AI에게 일을 맡기다 같은 실수를 두 번 겪었다면, 사과로 끝내지 말고 실수를 규칙으로 적게 해 보세요. 큰 일을 맡길 때는 이해한 걸 먼저 설명해 달라는 말을 끝에 붙여 보시고요.

 

다음 편은 대화가 길어질수록 AI가 앞에서 한 이야기를 잊어버리던 9월 중순 이야기예요.

 

바이브코딩 일지 7편 · 그때 2026년 9월 5~11일 · 쓴 날 2026년 10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