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9일 저녁 8시 2분, 노트북에서만 열리던 제 하루 관리 앱이 자취방 NAS(집에 두고 24시간 켜 두는 저장 장치) 주소로 열렸습니다. 이 일을 처음부터 같이 한 건 클로드 코드(Claude Code)라는 AI 에이전트였어요. 제 컴퓨터에서 명령을 직접 실행해 주는 AI죠.

 

앱은 지금 윈터홀름이라고 부르는 웹 페이지 파일 하나였습니다. 루틴을 체크하고 일기를 적는 화면이었는데, 그때까지는 노트북에서 그 파일을 두 번 눌러 여는 게 전부였죠.

 

그 주소가 열리기 전날만 해도, 저는 AI에게 깃(파일이 바뀐 기록을 남겨 주는 프로그램)이 뭐냐고 묻고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걸 잔뜩 적고, 끝에 붙인 한 줄

7월 28일 새벽 0시 33분이었습니다. 노션(메모와 표를 정리하는 앱)의 루틴 페이지에 흩어 둔 할 일과 메모를 이 앱으로 옮기고 싶었어요. 할 일 목록도 만들고 구글 캘린더도 붙이고, 요일마다 다른 루틴을 정하는 화면까지 넣고 싶었죠.

 

하고 싶은 걸 한 번에 잔뜩 말하면 AI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코드부터 짜곤 했거든요. 다 짜고 나서 보면 제가 생각한 거랑 다를 때가 많았고요. 그래서 큰 걸 시킬 때는 끝에 한 줄을 붙였습니다. 무엇을 어떤 순서로 만들지 적은 계획서, 그러니까 기획안부터 써 오라는 말이었어요.

 

Claude Code · 2026년 7월 28일Claude 답은 요약
나 · 00:33
(중략) 할일도 거기다가 만들고, 구글 캘린더랑 연동해도 되겠다 (중략) 어떻게 구현할지 기획안 써와
↑ 보냄
● Claude · 00:35
범위가 크니 먼저 요청을 기능 열한 개로 쪼개 정리할게요. 그 위에 화면 구조와 기록 저장 방식, 만드는 순서를 얹고 확인할 질문도 붙였어요. 구현은 아직 안 했습니다.

 

기획안을 보고 제가 고른 다음에야 시작하는 거죠. 이 무렵엔 이 말이 거의 입버릇이었습니다. 7월 27일부터 31일까지 닷새 동안 기획안을 달라고 한 것만 열 번이 넘어요.

 

지금은 AI가 일을 시작할 때 읽는 기본 지침에 아예 적어 뒀습니다. 코드를 고치기 전에 짧은 기획안부터 보여 줄 것.

 

 

코드가 엉켰을까 걱정돼서 물었더니, 깃

7월 28일 저녁 7시쯤엔 루틴 체크와 일기 달력이 얼추 마음에 들게 됐습니다. 그때 AI에게 물은 건 이거였어요.

 

Claude Code · 2026년 7월 28일Claude 답은 요약
나 · 19:03
뭐 이정도 했으면 다 양호하네. 지금 구현을 이래저래 하면서 좀 스파게티 코드가 된건 아닐까 걱정되는데, 바이브코딩을 하면서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걸까?
↑ 보냄
● Claude · 19:04
합리적인 걱정이에요. 다만 이 폴더엔 버전 관리가 없어서 제가 뭘 잘못 건드려도 어디가 바뀌었는지 확인할 수도, 되돌릴 수도 없어요. 하나만 고른다면 git부터 쓰길 추천합니다.
나 · 19:10
깃이뭐임
↑ 보냄
● Claude · 19:10
구글 문서의 "버전 기록"이랑 비슷한 거예요. 지금 상태를 저장해 뒀다가 뭐가 바뀌었는지 비교하고, 문제가 생기면 통째로 되돌릴 수 있어요. 원하시면 제가 첫 기록까지 남겨 드릴게요.
나 · 19:10
ㅇㅋ
↑ 보냄

 

스파게티 코드는 이리저리 얽혀서 손대기 무서운 코드를 말해요. 버전 관리는 이렇게 파일이 바뀐 기록을 남겨 두는 일이고요.

 

깃(Git)은 그렇게 제 앱 폴더에 들어왔습니다. 7시 12분, 그때까지 만든 걸 통째로 담은 첫 저장 지점이 생겼어요. 이런 저장 지점 하나하나를 커밋이라고 부릅니다. 그날부터 31일까지 나흘 동안 커밋이 49개 쌓였어요.

 

저장 지점, 하나씩.

 

 

캘린더를 붙이려다 막힌 곳

첫 커밋을 남기고 한 시간쯤 뒤, 새벽 기획안에 적었던 구글 캘린더를 붙여 보기로 했습니다. 그 전에 물은 다른 기능 하나는 지금 구조로는 어렵다는 답을 듣고 접어 둔 참이었어요. 이번에도 기획안부터 달라고 했습니다.

 

Claude Code · 2026년 7월 28일Claude 답은 요약
나 · 20:12
뭐 알았다 그러면 일단 새 탭 만들어서 구글 캘린더 동기화 하고 싶은데 어떻게 구현 가능한지 기획안짜와
↑ 보냄
● Claude · 20:13
할일 탭은 바로 만들 수 있어요. 걸리는 건 캘린더예요. 구글 로그인은 로그인한 뒤 돌아올 곳으로 http나 https로 시작하는 주소를 요구하는데, 지금 앱은 파일을 그대로 여는 방식이라 그 주소가 없어요.

 

그러니까 캘린더를 붙이려면 앱을 인터넷 주소가 있는 곳에 올려야 했어요. 그래서 서버(다른 기기가 언제든 접속할 수 있게 켜 두는 컴퓨터)를 24시간 빌려 주는 곳이 없냐고 물었습니다. AI 말로는 그런 곳은 있지만, 올리는 순간 주소를 아는 사람은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Claude Code · 2026년 7월 28일Claude 답은 요약
나 · 20:18
흠, 온라인에 올리면 지금이랑 뭐가 다른거지?
↑ 보냄
● Claude · 20:18
가장 큰 차이는 구글 로그인이 된다는 거예요. 기록은 지금처럼 기기마다 따로 저장되고요. 휴대폰에서도 쓰고 싶은 게 아니라면 캘린더 하나 때문에 올릴 이득은 크지 않습니다.
나 · 20:19
젠장. 시놀로지 나스 있는데 이걸로 뭐 되지 않나?
↑ 보냄
● Claude · 20:20
어차피 24시간 켜져 있고 내 기계라 남의 서버에 올리는 것보다 안전해요. 집 안에서는 휴대폰으로도 바로 들어올 수 있고요.

 

자취방에 시놀로지 NAS가 하나 있었거든요. 시놀로지는 NAS를 만드는 회사 이름이에요.

 

 

자취방 NAS를 켜고 온 날

7월 29일 저녁, 자취방에 가서 NAS를 켜고 Tailscale까지 깔고 돌아왔습니다. Tailscale은 제 기기들끼리만 이어 주는 연결망이에요. AI 말로는 이걸 쓰면 NAS를 인터넷에 열어 두지 않아도 휴대폰이나 밖에서 들어올 수 있었어요. 구글 로그인에 필요한 https 주소도 이걸로 해결된다고 했고요.

 

그다음은 AI가 불러 주는 대로 따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앱 파일을 NAS로 옮긴 뒤에는 인증서를 받아야 했어요. 인증서는 이 주소가 진짜라고 브라우저에 보증해 주는 파일입니다. 그 일은 SSH로 해야 했는데, SSH는 다른 컴퓨터에 글자로 명령을 보내는 통로예요.

 

AI는 이 과정을 한 번에 불러 줬고, 저는 파일 옮기기까지만 따라갈 수 있었어요. 그다음 설명은 도저히 못 알아듣겠어서 AI를 멈춰 세웠습니다.

 

Claude Code · 2026년 7월 29일Claude 답은 요약
● Claude · 19:34
1번은 탐색기에 NAS 주소 넣기, 2번은 폴더 만들기, 3번은 앱 파일을 전부 그 안에 옮기기예요. 다 옮기면 SSH로 NAS에 접속해서 인증서를 받는 명령을 넣으면 됩니다.
나 · 19:45
그렇게 말하면 비전공자인 내가 알아들을까? 3까지는 했는데
↑ 보냄
● Claude · 19:45
죄송해요, 눈높이를 잘못 맞췄네요. 파일 복사까지 된 걸로 알고 다음 단계를 하나하나 짚어 드릴게요.

 

AI가 다시 하나하나 짚어 준 대로 명령어를 한 줄씩 넣었습니다. 10분쯤 지나자 AI가 휴대폰으로 열어 보라며 주소를 줬어요.

 

Claude Code · 2026년 7월 29일Claude 답은 요약
● Claude · 19:58
연결은 잘 됐는데 그 자리에 파일이 없다고 나와요. 파일이 그 폴더에 있는지, NAS가 어느 폴더를 보여 주는지 확인해 주세요.
나 · 20:02
수정했더니 잘되네 열림
↑ 보냄

 

이 주소가 생기자 캘린더도 붙일 수 있었습니다. 그날 밤 9시 34분, 구글 캘린더 일정을 읽어 와 보여 주는 할일 탭이 커밋으로 남았어요.

 

 

앱은 열렸는데 기록은 따로

남은 게 하나 있었습니다. 기록은 기기마다 따로 저장된다는 전날 AI의 말이 그대로였거든요. 노트북에서 체크한 루틴이 휴대폰 화면에는 안 보인다는 뜻이었죠.

 

목표는 이거였어요. 노트북도 휴대폰도 NAS 하나를 같이 보기

 

7월 31일 아침, 다시 NAS 설정에 매달렸습니다. 이번엔 기록을 주고받는 작은 창구(API)를 NAS에 만들었어요. 노트북이든 휴대폰이든 거기서 같은 기록을 읽고 쓰게요. 9시 8분에 그 창구의 첫 판이 커밋으로 남았습니다.

 

 

 

그날 점심, 휴대폰으로 앱을 열어 봤습니다. 앱에는 제미나이(구글의 AI)에게 일정을 말로 적으면 넣어 주는 기능도 붙어 있었는데요. 이 기능을 쓰려면 API 키라는 일종의 열쇠 값을 앱에 넣어 둬야 했어요.

 

Claude Code · 2026년 7월 31일Claude 답은 요약
나 · 12:16
핸드폰에서는 제미나이 API 등 모든 설정이 안 들어가있네. 이게 정상이겠지?
↑ 보냄
● Claude · 12:17
네, 정상이에요. 이번에 맞춘 건 루틴과 할일, 목표와 일기 같은 기록이에요. 제미나이 키나 구글 연결 같은 설정은 처음부터 기기마다 따로 두게 돼 있었어요. 민감한 값을 기록이랑 같이 옮기면 더 위험하거든요.
나 · 12:18
일단 따로 두는걸로하지.
↑ 보냄

 

설정은 휴대폰에서 한 번만 다시 넣으면 되는 일이었어요. 이렇게 7월 31일부터 노트북과 휴대폰이 같은 기록을 쓰게 됐습니다.

 

 

 

그날 오후 3시 10분엔 휴대폰 화면 차례였습니다. 이번에도 끝은 같은 말이었어요.

 

Claude Code · 2026년 7월 31일Claude 답은 요약
나 · 15:10
핸드폰 화면도 개선 좀 하자. 핸드폰 화면 레이아웃이 영 구림. PC는 맘에듦. 핸드폰 레이아웃만 콕찝어서 변경할 수 있음? 일단 기획안가져와
↑ 보냄
● Claude · 15:18
휴대폰 너비로 확인해 보니 문제 둘과 고치면 좋을 점 하나가 있어요. 위쪽 탭 일곱 개가 세 줄로 쌓여 화면을 잡아먹고, 일기 탭은 옆으로 밀려요. 루틴 체크 칸도 손가락으로 누르기엔 작고요. 탭은 한 줄로 두고 옆으로 밀어 넘기게 바꾸는 걸 제안해요.
나 · 15:19
탭 바는 대시보드만 남기고, 나머지는 접어서 유지. 나머지는 일단 만들어봐.
↑ 보냄

 

기획안에서 탭을 고치는 방법만 제 식으로 바꿔 고르고, 나머지는 그대로 맡긴 거예요. 몇 분 뒤 세 줄로 쌓였던 탭은 대시보드(오늘 할 일을 모아 보는 첫 화면) 하나와 펼치기 단추만 남은 한 줄이 됐습니다.

 

 

지금도 집 NAS에서 돌아가는 앱

윈터홀름은 지금도 집 NAS에서 돌아가고, 고칠 때마다 커밋을 남깁니다. 7월 마지막 주에 붙인 NAS와 커밋이 아직 그대로인 셈이에요.

 

혼자 쓸 앱을 AI에게 맡겨 만들고 있다면 두 가지를 권하고 싶어요. 큰 걸 시킬 때는 끝에 기획안부터 써 오라는 한 줄을 붙여 보세요. 고치기 시작하기 전에는 깃으로 저장 지점을 하나 남겨 두세요. 잘못돼도 돌아갈 곳이 생깁니다.

 

다음 편은 같은 7월 31일 오후 이야기예요. 노션에 쌓아 두던 기록을 옵시디언(내 컴퓨터에 파일로 저장하는 메모 앱)으로 옮기기 시작한 날입니다.

 

바이브코딩 일지 4편 · 그때 2026년 7월 28~31일 · 쓴 날 2026년 10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