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8월 2일 오후 4시 10분, 코덱스(Codex)라는 AI 에이전트가 수업 받아쓰기 앱의 첫 실험판을 다 만들었다고 알려 왔습니다. 코덱스는 제 컴퓨터에서 코드를 짜고 실행까지 해 주는 AI예요. 자동 검사도 화면 확인도 전부 통과했다는 보고였죠.
5분 뒤 제가 보낸 답은 이랬습니다.
이날 밤 10시가 넘을 때까지, 이 앱은 강의를 제대로 받아 적지 못했어요.
한눈팔아도 수업으로 돌아오고 싶어서
전날 일기에 이런 줄이 있습니다.
수업 중 한눈팔아도 즉시 수업에 복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려고 구상 중임.
수업 중에 잠깐 딴생각을 하면 그 사이 진도가 어디까지 갔는지 놓치잖아요. 그럴 때 버튼 하나로 방금 무슨 얘기가 나왔는지 따라잡게 해 주는 앱을 만들고 싶었어요.
마침 이틀 전인 7월 31일엔 공부 노트를 옵시디언(내 컴퓨터에 파일로 저장하는 메모 앱)으로 옮겨 둔 참이었습니다. 그전엔 노션이라는 웹 메모 앱에 모았는데, AI에게 읽어 오게 하면 가끔 몇 개씩 빠뜨렸거든요. 이 앱도 그 옵시디언 노트와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기획안에서 첫 실험판까지 17분
이 아이디어는 전에 챗GPT(ChatGPT)와도 나눈 적이 있었어요. 오후 3시 49분, 그 대화를 코덱스에 이어 붙였더니 코덱스는 곧장 만들 준비부터 했습니다. 저는 일단 멈춰 세웠어요.
받아 적는 일은 위스퍼(Whisper)가 맡기로 했어요. 위스퍼는 말소리를 글자로 바꿔 주는 AI 모델인데, 인터넷에 보내지 않고 제 노트북 안에서 돌렸습니다.
기획안부터 실험판까지 17분이 걸렸으니, 여기까지는 순조로웠죠.
들려줘도 한 글자도 안 나왔다
직접 강의를 30초쯤 들려줘 봤습니다. 화면에는 아무 글자도 안 떴어요.
AI가 확인해 보니 그동안 받아 적은 조각이 0개였대요. AI 말로는 앱 화면에서 받은 소리가 받아 적는 쪽까지 거의 가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그 부분을 고치고 다시 해 봤는데, 카페에서 하다 보니 이번엔 잡음 탓인지 받아쓰기가 엉망이었습니다.
수업하는 곳은 카페보다 조용할 테니 잡음을 걸러 내는 기능까지는 넣지 않기로 했어요. 대신 유튜브 강의를 파일로 받아서, 마이크 소리 대신 그 파일을 넣어 시험해 보자고 했죠.
야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AI는 이 파일로 시험하다가 또 하나를 찾았어요. 앱이 도는 브라우저(크롬 같은 인터넷 창 프로그램)로 파일을 틀면 소리가 거의 안 들어간다는 거였죠. 그러더니 아예 다른 길로 가려고 했습니다.
AI는 바로 제가 핵심을 잘못 잡았다며 물러섰습니다. 파일은 시험용 소리일 뿐이라며 시험 기준부터 바꿨어요. 파일을 실제 시간대로 5초씩 흘려 넣고, 받아 적는 글이 말보다 얼마나 늦는지를 재는 거였죠. 2~4초 늦게 따라오는 게 보이자 저는 계속 지켜보겠다는 AI를 멈췄어요.
소리도 녹음도 멀쩡한데 또 0글자
저녁엔 화면을 다듬었습니다. 과목과 오늘 수업 범위는 옵시디언에 정리해 둔 목록에서 골라 오게 했어요. 소리 세기를 물결 모양으로 보여 주는 파형도 화면에 붙였고요.
밤 10시가 넘어 조용한 방에서 휴대폰으로 강의를 틀어 노트북 옆에 뒀습니다. 파형은 잘 움직였어요. 녹음 파일을 열어 보니 강의가 또렷하게 담겨 있었고요. 그런데 받아 적은 글은 이번에도 하나도 없었습니다.

파형은 춤추는데, 받아쓰기 칸은 0글자
이번엔 고쳐 달라고 하지 않았어요. 왜 안 되는지부터 물었습니다. 말을 글로 받아 적는 일을 이 대화에서는 전사라고 불렀어요.
AI는 10시 11분 녹음 파일을 꺼내 앱과 똑같은 설정으로 다시 돌려 봤어요. 소리 크기는 충분했고, 똑같이 돌려도 다섯 구간 모두 빈칸이었습니다.
원인은 숫자 하나였어요. 브라우저는 소리를 1초에 48,000조각으로 잘라 보내는데, 위스퍼는 받은 소리를 1초에 16,000조각짜리로 여기고 있었대요. 그래서 위스퍼한테는 말이 3배 느리고 낮게 들렸고, 사람 말이 없다고 판정한 거였죠. 같은 녹음을 16,000조각으로 바꿔 넣자 다섯 구간 모두 받아 적혔다고 했습니다.
배포는 고친 앱을 실제로 쓰는 자리에 다시 올리는 일이에요. 오후 4시 15분에 30초를 들려주고 0글자였던 앱이, 6시간 만에 40초를 전부 받아 적은 거죠.
그럭저럭 쓸만하네
5분 뒤 저는 다음 부탁을 보냈습니다.
제미나이는 구글의 AI예요. 위스퍼가 먼저 받아 적고 제미나이가 문장을 다듬는 기획안이 왔고, 저는 4분 뒤 구현하라고 답했습니다.
이 앱은 지금도 클래스캐치업이라고 불러요. 오후 3시 52분 첫 기획안에 붙어 있던 가칭이 그대로 이름이 됐죠. 그날 밤처럼 고치기 전에 원인부터 확인하라는 말은 지금 AI가 일을 시작할 때 읽는 기본 지침에 들어가 있습니다.
AI가 열심히 고치는데 엉뚱한 쪽으로 가고 있다면, 이걸 왜 만드는지 한 줄로 다시 말해 주세요. 그리고 다 멀쩡해 보이는데 안 될 때는 고치라고 하기 전에 왜 안 되는지부터 물어보세요.
다음 편은 이 앱을 만든 뒤 한 달 가까이 손을 놓았던 이야기예요.
바이브코딩 일지 5편 · 그때 2026년 7월 31일~8월 2일 · 쓴 날 2026년 10월 2일